저에겐 작지만 비싼 취미가 하나 있습니다. 음향기기 수집인데, 요놈이 참 돈 잡아먹는 귀신입니다.
아직 학생이라 하이엔드급 헤드폰이나 스피커 하나 없지만, 제 취향에 맞는 미들급 인이어 이어폰과 에어팟 맥스와 프로, 블루투스 스피커 등 구입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작년에 처음 46만원짜리 이어폰을 구입하며 입문했는데 나름 계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저를 못 믿는 편이라, 항상 공부할 핑곗거리를 만들어 둡니다. 집에서 작업이나 공부를 하기보다 학교나 카페 같은 공간에서 하는 이유도 포함이 됩니다. 그때의 핑계는 "집에는 밥이 없으니 배고파서 밥 먹으려면 밖으로 나가라" 여서 항상 포장을 해서 학교로 가거나, 카페에서 빵을 먹곤 했습니다.
작년은 한창 코로나 때여서 작업할 환경도 참 제한이 되었을 때였습니다. 집에 콕 박혀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익숙한 환경에선 인간은 나태해지기 마련이었습니다. 게을러지는 자신을 반전시킬 계기가 필요해졌죠.
마음가짐만 바로 먹었다고해서 꾸준히 그 행동이 실천이 되는 사람이 있을까요?
막 내일 아침 일어나서 엄청 열심히 해서 달라지겠지? 이런 상상은 망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새로 바꾸거나 새로운 핑곗거리를 만드는 걸루요.
다행히 우리같은 개발자들은 그런 새로운 핑곗거리가 아주 많습니다. 맥북을 바꾼다거나, 키보드를 산다거나, 책상이나 의자를 바꾼다거나.
전 그 중 음향기기를 새로 사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청음샵으로 가서 좋아하는 음악이 가장 찰지게 들리는 이어폰을 고르고 구매했습니다.
그 후에는 저와 새로운 원칙만 지키면 됩니다.
이 이어폰은 카페에서만 쓰는 거다.
새로운 이어폰을 쓰고, 좋아하는 노래를 좋은 음질로 듣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짐을 싸서 카페로 향해야 하겠죠.
좋아하는 노래를 더 좋은 음질로 들으니 코딩이나 공부를 할 때도 뭔가 더 능률이 오르는 기분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내일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열심히 공부하자 보단 새로운 이어폰은 카페(혹은 도서관)에서만 쓰자는 원칙이 훨씬 지키기도 쉽고 명확하지 않나요?
좋아하는 노래를 좋은 기기로 듣는다는 핑계로 작업을 하고, 공부를 하게 된 겁니다.
의식적인 노력으로 자신이 성실해지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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