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의 일상 글입니다. 최근 블로그에 개발 글만 올라와서 내가 봐도 재미가 없어 보이기도 하고 해서, 대회 알고리즘에 관해 제 생각을 조금 적어 두려 합니다.
우선 저는 대회 알고리즘을 접었습니다. 너까짓게 대회 알고리즘 접은 게 무슨 대수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여러 의견 중에 작은 생각 하나 보태려고 합니다.
알고리즘 대회는 정말 예전에는 카카오 코드 페스티벌도 있었는데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고 현재는 SCPC, ACM-ICPC, UCPC 정도가 메이저 대회겠네요.
접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려워서. 정확히 말하면 투자 대비 효율이 정말 말도 안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마다 절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PS판에서 이름 좀 날리려면 머리가 좋거나(뒤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일찍부터 시작했거나, 노력을 많이 하거나. 이 중 최소한 2개는 충족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저는 일찍부터 시작하지 않았고(22살 시작이면 매우 늦은 편), 노력은 그래도 꽤 한 것 같은데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요소인 것 같기도 하네요.
머리가 좋다. 머리가 좋다는 건 대게 재능을 뜻합니다. 알고리즘 재능이라는 게 무엇일까요. 존재하기는 한 걸까요?
혹자는 노력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재능이라고 합니다. 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것, 2시간 동안 한 문제에 매달리는 것 등이요.
재능의 뜻이 그렇다면 저는 재능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몇 시간 동안 앉아서 한 문제를 잡고 있기도 하고 도중에 화장실을 갈 때도 풀리지 않는 그 문제 때문에 걸어 다니면서 생각을 계속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재능을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칭하기엔 노력을 많이 함에도 실력이 잘 오르지 않는 사람들이 조금은 비참해집니다. 약간 짓궂게 말하자면 노력하지 않는 자들의 핑계라고 해도 될까요.
그래서 여기서만큼은 재능을 노력 대비 성과가 잘 나오는 능력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럼 많은 요소가 포함되겠죠. 태생적인 두뇌, 이끌어주는 선배, 공부 방법 등등..
저의 조건으로 되돌아가서, 저는 PS를 일찍 시작하지도 않았고 안타깝게도 재능이 뛰어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스펀지 같은 두뇌도 아니었고 저 주변에 훌륭한 선배님들도 계시지만 제가 본격적으로 알고리즘을 공부할 땐 오로지 혼자였습니다. 종만북과 블로그들, 게시판을 뒤적거리며 정보를 혼자 찾아나갔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느낀 건 혼자 공부하는 건 외롭고 매우 비효율적인 것이라는 겁니다. 선배가 아니라도 같은 길을 가는 동료라도 있으면 서로 배울 것들이 많습니다. 거기다 ICPC 같은 대회는 3명 팀 대회라서 혼자서는 절대 못하기도 하고..
투자 대비 효율이 별로라는 건 개인적인 의견이기도 한데, 대부분이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고리즘 대회 입상, 아니 하다못해 대회 본선 진출이란 정말 어렵습니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같은 시간에 PS 대신 개발 공부를 한다면 얻는 성과는 훨씬 큽니다. 저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개발에 입문한 지 6개월도 안 되는데 정말 많은 지식과 성과를 얻었습니다. 물론 곁에 좋은 분들이 있던 것도 컸지만 몇 년간 공부해도 본선 진출도 못하는 PS와는 차원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 탈 알고는 지능 순
심지어 이런 탈 알고(알고리즘)는 지능 순이라는 말도 유명해질 정도니.. 하지만 알고리즘 풀이에 흥미가 많이 생긴다면 대회까지 노리는 걸 굳이 말리고 싶진 않습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해서 SCPC 상 타신 유명하신 분도 계시고, 투자 대비 효율이 별로일 뿐이고 정말 정말 노력하면 안 될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 노력으로 개발 공부를 하면 그 길이 훨씬 쉽고 전망도 좋다는 거죠.
저도 이때까지의 알고리즘 공부를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얻어간 것도 정말 많고 무엇보다 코딩에 재미를 느끼게 해 준 분야니까요. 또 IT에서 어떤 분야의 공부든지, 노력만 하면 뭐든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전 동의를 합니다. 문제 해결 능력을 높여주기도 하고 코딩에 대한 자신감도 채워 주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취준생분들이 고생하시는 코딩 인터뷰나 코딩 테스트에서 두려울 게 없어지니까요.
혹시 알고리즘 대회를 준비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응원합니다.
설마 그분이 우리 학교라면, 더 응원합니다. 댓글이라도 남겨주세요.
+) 추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자기 자신에게 냉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20대 30대를 정말 치열하게 설날, 추석, 크리스마스도 없이 늘 코트에서 뛰어다녔다. 우승을 해도 절대 만족하지 않았다. 늘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20년을 넘게 살아왔다. 그래서 그나마 제가 우리나라에서 '득점을 제일 많이 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만큼 더 열심히 스스로에게 냉정해지고 인내해야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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